윈도우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너무 익숙한 운영체제이지만, 40대 이상 분들이라면 어릴 적 검은 화면의 MS-DOS를 기억하실 겁니다.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서 사용하다보니 컴퓨터에 익숙해지기란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Mdir을 접하곤 '이건 혁신이야!'라고 감탄을 내뱉었을 정도니까 일반인 입장에선 얼마나 어려운 운영체제였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두둥, 윈도우 95가 등장합니다. 글자를 입력해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식에서 화면의 아이콘을 눌러 제어하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윈도우 95 이전 버전도 존재하지만, 윈도우 대중화는 95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복잡한 명령이 없어도 클릭만 하면 창이 열리고 또 여러 창을 전환하며 작업을 하는 멀티 태스킹은 도스에선 볼 수 없었던 비약적인 능률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이젠 명령어를 공부해가며 컴퓨터를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스는 점점 잊혀지고 보조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존재조차 하는지 모르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출시 당시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원도우. 그 시작은 어땠을까요?
윈도우 1.0
윈도우는 1981년 인터페이스 매니저라는 프로젝트로 개발되어 1985년 1.0 버전이 정식 출시됩니다.
우리가 아는 독립적으로 구동되는 그런 윈도우는 아니었으며 태생이 MS-DOS 2.0 기반이라 운영체제라기보다는 일종의 프로그램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MS-DOS에선 불가능했던 멀티태스킹이나 마우스 작업을 할 수 있던 MS 최초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기도 하죠.
30년이 넘는 세월 차가 있는 만큼 지금과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다른 점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당연한 실행 중인 창을 서로 겹치는 건 당시엔 할 수 없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기술에 대한 소유권이 애플에 있었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으며 대신 바둑판식으로 펼치기만 가능했었습니다.
윈도우 1.0은 전체적으로 애플 맥OS와 유사한데요. MS가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주고 대신 맥OS 디자인 일부를 차용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윈도우 1.0에는 계산기와 달력, 시계, 메모장, 터미널, 그림판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윈도우 2.0
윈도우 2.0은 1987년에 출시되었는데요.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MS-DOS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운영체제는 아니었습니다.
키보드 바로 가기 키 지원을 강화했으며 전반적인 사용자 환경이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애플과의 협의로 기존 1.0 버전에선 불가능했던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이전 버전에선 라이선스 문제로 바둑판 배열만 가능했던 창 겹치기 기능, 최소화 및 최대화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최초로 MS 워드와 엑셀이 구동되기 시작합니다.
윈도우 3.0
1990년 드디어 MS의 세 번째 GUI 운영체제인 윈도우 3.0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일반인에게도 윈도우 존재에 대해 널리 인식 시키게 됩니다.
윈도우 3.0은 2.x와 비교했을 때 인터페이스 부분이 대폭 개선되었으며 메모리 관리 기능 등에서도 기술적인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멀티 태스킹이 강화되었고 MS-DOS에서 파일 관리, 실행 역할은 윈도우에서 프로그램 관리자로 바뀌어 더욱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다만 대다수 게임이 DOS 기반이라 당시 국민학생들은 그저 카드게임 오락기에 불과했으며 기업과 달리 가정용 시장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제어판은 단순한 보조 프로그램 형태에서 시스템 설정 중심으로 완전히 재구성되었습니다. CD롬 드라이브를 지원하는 최초의 윈도우이며 한글판으로 출시된 것도 이때가 처음입니다.
윈도우 1과 2 버전은 프로피 디스켓을 통해 제공되어 사용자가 직접 설치해야 했으나 3.0부터는 제조업체가 컴퓨터에 미리 설치해서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윈도우 3.1x
윈도우 3.0 출시 이후 1994년까지 여러 에디션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출시 2년만에 1,000만 개에 달하는 판매량을 올렸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는데요. 이 즈음부터 컴퓨터 사용자들이 동영상 재생, 오디오 기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윈도우 3.1x도 멀티미디어 부분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느린 성능, 낮은 안정성, 소프트웨어 부재 등으로 실제 사용자는 도스에서 게임하거나 작업했습니다.
윈도우 95
1995년엔 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윈도우 95가 출시된 건데요. 이전 버전이 DOS를 기반으로 구동되었는데 드디어 독립적인 환경에서 구동되기 시작하여 운영체제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32비트 운영체제로 우리가 지금 보는 닫기 버튼이나 작업 표시줄, 탐색기, 시작 메뉴는 모두 이 때 틀이잡힙니다. 또 마우스 우클릭도 이때부터 지원하죠.
윈도우 3.1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전 프로그램과 호환성에 신경쓰면서도 안정성과 속도 모두 큰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다만 현재와 비교했을 때 윈도우 9x 시리즈 특유의 오류는 어쩔 수 없었는데요. 블루스크린 말이죠... 윈도우 95부터 32비트를 적용했는데 이전 버전 호환 때문에 16비트도 혼용하여 잦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하드웨어를 장착해도 곧바로 인식하여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 앤 플레이를 도입하여 하드웨어 설치가 쉬워졌습니다. MS에서도 이 점을 윈도우 95 장점 가운데 하나라는 마케팅을 하였으며 당시에는 큰 이슈였습니다.
전반적으로 편리해지고 쉬운 환경 때문에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는데요. 출시 당일 컴퓨터 매장에서는 윈도우 95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출시하는 컴퓨터는 예외없이 윈도우 95를 기본 장착할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실제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배워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컴퓨터가 보급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윈도우 98
1998년 윈도우 98이 발매되었습니다. 윈도우 95 차기작보다는 개선판에 더 가까우며 요즘은 흔한 USB를 최초로 도입하였고 액티브 데스크톱 도입으로 윈도우 95 최신처럼 탐색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통합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바탕화면에 인터넷 화면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였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 탑재하여 MS가 반독점 혐의로 소송을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윈도우 98은 윈도우 95 개선판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각종 오류 덩어리였습니다. 윈도우 98 정식 발매 전 프레스 데모에서 MS 회장 빌게이츠와 프로그램 매니저가 플러그 앤 플레이 시연을 위해 USB를 연결했는데 블루스크린이 뜬 일화는 유명합니다.
사실 블루스크린은 윈도우 자체 문제라기 보다는 대부분 대충 만든 주변기기 드라이버 때문에 발생했는데요. 이는 훗날 드라이버 제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윈도우 커널을 NT로 일원화하는 계기 중 하나가 됩니다.
여튼 윈도우 문제가 아니라지만, 실제 윈도우 98 시연에서 블루 스크린이 떠버리니 많은 이들이 안정성에 의문을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윈도우 98 세컨드 에디션
윈도우 98 두 번째 버전으로 1999년에 발매되었고 기존 98 버전의 수많은 문제점을 개선하였습니다. 윈도우 98에 비해 안정성, 성능 모두 월등히 뛰어나며 이후 사용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은 운영체제입니다.
윈도우 ME
윈도우 밀레니엄 에디션 (ME) 역시 윈도우 98 개선판이며 2000년에 출시된 DOS 기반의 마지막 운영체제입니다. 또한 윈도우 9x 계열 마지막 운영체제이기도 합니다.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무비 메이커를 기본 탑재하는 등 멀티미디어에 신경을 쓰며 가정 내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대거 추가하였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누수 문제가 심각해 일정 시간마다 재부팅해줘야 하는 불안정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결국 MS에서도 실패작임을 인정하였고 1년 뒤 출시한 윈도우 XP에 왕좌의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PC 월드 잡지에서는 80년대 이후 가장 비효율적이고 형편없는 첨단 제품을 선정했는데 그중 윈도우 ME는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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