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의 시작을 살펴보면 MS 입장에서는 좋은 말로 하면 도전, 다른 말로 하면 하나의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발을 담그기 쉽지 않을 사업이었습니다. 이미 시장 지배적인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펼친다는 것은 더 성장할 기회이기도 했지만, 기존에 쌓아둔 결과를 함께 무너트릴 수 있거든요. 당시 소프트웨어 업체였던 MS 입장에서는 1975년 창립 이래 최초로 출시하는 하드웨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즈니스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인정받고 있는 서피스라 할지라도 그 시작은 매우 소박했습니다. 서피스는 MS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랄프 그로엔 주도로 10여 명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MS 입장에서 보면 정말 소규모인데요. 이후 출시가 가까워졌을 때 개발팀은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모두 포함해 100여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IT 제조업체인 삼성과 애플에 정면으로 대결하는 도박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서피스 외형을 보자면 삼성이나 애플 태블릿과 달리 어딘가 묘한 투박함이 느껴지곤 하는데요. 서피스 개발팀은 시장에 어떤 제품을 출시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철저하게 생산성과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은 뒷순위에 두고 실제 사용할 때 좋은 기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서피스 출시 당시 랄프 그로엔은 기자들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피스 탄생 배경을 설명하면서
"보기에만 예쁘면 안 되지요. 매일 쓸 기기인데, 편리한 기능은 하나도 빼놓으면 절대 안 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서피스를 디자인할 때 '일과 엔터테인먼트의 조화를 가장 핵심으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제품 개발 키워드도 설정했습니다. 먼저 MS 오피스를 통해 각종 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웹 브라우징, 마지막으로 자사 콘솔인 X박스와 연동성 등이죠. 낮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무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 그외 여가 시간까지 모든 부분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한 기기를 만드는 게 그와 개발팀의 목표였던 것입니다.
시각적 디자인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기기 자체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제거했습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을 확대할 여지도 더욱 커지게 되었지요.
대표적인 게 USB 포트와 SD 카드 슬롯인데요. 생산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두께가 두꺼워진다는 이유로 기존 태블릿에선 제거했던 USB 포트를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서피스를 제외한 다른 태블릿 대부분은 USB 포트를 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서피스 아이덴티티 중 하나가 된 받침대(킥스탠드)도 초기에는 호불호가 꽤나 갈렸습니다. 랄프 그로엔은 아이패드나 다른 태블릿이 액세서리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서피스 킥스탠드를 본체 내부에 포함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서피스 뒷 부분에 얇은 받침대가 하나 달린 게 되죠.
개발팀은 소비자들이 태블릿을 사용할 때 가장 적합한 각도와 모양을 찾아 적용할 것이며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임을 언급했으나 초기에는 이에 대해 말이 많았을 정도로 호불호가 분명했습니다. 이제는 개선이 이루어져 다른 태블릿에서도 킥스탠드를 도입하기도 하는 수준에 이르렀죠
그로엔이 디자인한 터치 펜도 초기에는 태블릿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늘 '실용성'을 강조했는데 없어서 부족한 것보다는 갖출만한 것들을 모두 갖추고 사용성을 더욱 확장하는 게 소비자에게 훨씬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랄프 그로엔과 서피스 개발팀은 서피스 기기 자체에만 집중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서피스 개발 전 태블릿을 염두에 두고 윈도우8 연구부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윈도우8은 이전 윈도우 시리즈와 달리 키보드와 마우스를 터치 기반으로 옮겨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재구성했는데 어떻게 보나 태블릿을 고려한 형태였습니다.
서피스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윈도우 8에 최적화된 스크린 사이즈를 찾는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확인했습니다. 기존 태블릿과 다른 생산성, 기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불필요한 요소는 가능하면 제거하였고, 역시 다른 태블릿에는 없는 USB 포트와 SD 카드 슬롯을 추가하는 등 타 업체 태블릿이 지향하는 트랜드와 반대 행보를 보였습니다.
탈부착이 가능한 커버 키보드도 이런 구상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커버 키보드를 사용해보면 보기와 달리 일반 노트북과 흡사한 타이핑감을 느끼게 해주어 놀라게 되는데요. 커버가 키보드 기능도 할 수 있다면? 에서 시작해서 센서와 재질,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크게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면서, 또 상황에 따라 키보드로 사용할 때 어중간하지 않고 완벽하게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디자인팀과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모았다고 합니다.
실제 서피스 출시 당시 기기보다 커버 키보드가 더욱 인기를 끌었을 정도입니다.
그로엔은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벽한 타이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키보드 재질, 입력 시 느낌과 소리까지 모든 요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건 이전에 그가 만든 키보드와 마우스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각종 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인체 공학적 설계로 수많은 상을 휩쓴 아크 마우스와 아크 키보드가 그와 MS 하드웨어 디자인팀의 작품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2012년 서피스 RT가 출시되었고 이후 개선을 거쳐 비즈니스 태블릿 시장을 평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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