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2/2: Technological Luxury

2018. 12. 4. 08:00애플 스페셜, 특집








애플 워치의 차이


애플 워치(Apple watch)가 다른 스마트 워치와 다른 점은 핵심 책임자가 시계 자체를 좋아하는가 아닌가에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인 카 가이(Car Guy)가  개발의 중심에 있어야 깊이 있는 차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훌륭한 스마트 시계 개발의 중심엔 시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마크 뉴슨과 조너선 아이브가 기계식 시계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조예가 깊다는 것은 잘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만들어낸 애플 워치는 단순한 '스마트 워치'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이폰이 출시 초기 '좀 더 편리한 전화기', 또는 '화면 큰 전화기'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전화기'로 어필하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것처럼, 애플 워치도 '완전히 새로운 시계'로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조너선은 뉴슨과 함께 그저 그런 스마트 워치가 아니라 처음부터 패션 아이템으로 다가서기 위한 전략을 추구했습니다. 애플 워치의 디자인 개발을 통해 기존 전자 기기 시장의 구매 기준을 바꾸려는 것을 목표로 했지요.



공개되지 않은 기능을 포함하는 심박 센서




애플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기능을 숨기는 것입니다. 다른 제조사라면 베타에 가까운 기능을 어떻게든 홍보하려고 하지만 애플은 기능을 미리 숨겨뒀다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공개하거나 끝까지 숨겨두는 것을 잘합니다.

기기 뒷면엔 무접점 충전 플레이트와 심박 센서가 있습니다. 실제 분해 보고서에 따르면, 센서는 심박 수 측정뿐만 아니라 적외선 흡수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혈중 산소 농도 측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애플이 공개하지 않은 이런 기능을 사용하려면 FDA 허가가 필요하므로 허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FDA의 승인이 나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센서 주위에는 애플 워치의 상세 스펙이 새겨져 있는데 기존의 시계를 모방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탈착 가능한 스트랩




애플 워치는 패션 아이템으로 다가가고 있는 만큼 본체와 스트랩에 따라 98가지 모양을 고를 수 있습니다. 자석을 이용한 탈착 방법은 특별한 공구 없이 원터치로 교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애플 워치 출시 소문이 돌자 경쟁 업체들은 앞다퉈 스마트 워치 제품을 출시하려 혈안이 되었습니다.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 인터페이스가 중심이 되며 손목에 차는 형태의 스마트폰이 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시계 크기의 화면을 터치로 조작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반대로 아날로그 크라운을 연상시키는 디지털 크라운을 탑재했습니다.



확장이 기대되는 수수께끼 포트




초기 iMac은 기능 확장을 위한 슬롯을 포함하고 출시했는데요. 애플 워치도 스트랩을 끼우는 부분에 알 수 없는 포트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제품 테스트를 위한 포트였다고 언급했지만, 유선 충전과 영상 신호 추출 등 확장 여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향후 이 포트가 서드파티에 개방될지는 모르겠네요. 만약 개방된다면 다기능 센서나 배터리 내장 스트랩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쟁은 불가피하다


애플이 애플 워치를 발표했을 때 지금까지 IT 제조 산업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스마트 워치를 어필했습니다. 기존 IT 제조 산업에서 소재는 큰 고려 사항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워치만큼은 소재 선택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요. 애플 워치에 들어가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저렴한 시계에 주로 사용되지만, 실제로는 그 품질이 매우 다양합니다. 애플은 과거 사파이어 크리스털 공급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품질을 만족하게 하지 못하자 계약을 파기하여 이슈가 된 적도 있습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의 바디 재질인 18K 골드 에디션도 제조 방법을 특허로 걸어뒀을 정도입니다. 애플 워치는 소재가 먼저 고려되고 나중에 가격을 책정되었는데요. 이는 많은 기업이 해왔던 방식을 반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이런 애플 워치에 대한 조너선 아이브와 마크 뉴슨, 두 디자이너의 생각은 미국 잡지사 콘데 나스트(CONDÉ NAST)가 주최한 럭셔리 컨퍼선스 간담회에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사회를 봤던 보그 인터네셔널의 여성 편집자인 수지 멘키스는 애플 워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 우려라는 것은 애플 워치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이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하기 시작했고, 그들 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이 선호하는 전통 럭셔리 브랜드는 현재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애플에 미래의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는 말이죠.



콘데 나스트(CONDÉ NAST) 럭셔리 컨퍼런스에서 인터뷰 중인 수지 멘키스(좌), 조너선 아이브(중간), 마크 뉴슨(우), 멘키스는 명품 시장에 애플의 참가 의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멘키스는 두 디자이너와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멘키스: 애플의 아이폰은 여성들의 핸드백과 그리고 애플워치는 주얼리(jewelry)와 그 분야가 어느 정도 겹치는 단계까지 왔는데요. 애플이 의도한 것인가요?

조너선: 처음엔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우리가 최고가 되자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조너선은 맞는 듯 아닌 듯 모호한 말로 답변했지만, 애플의 현재는 IT 업계의 호랑이에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업계와 충돌은 불가피하게 되겠죠. 그런 경향을 반영하듯 지난 럭셔리 컨퍼런스는 기존의 시계, 보석 브랜드가 기술과 경쟁하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장이었습니다.




럭셔리 컨퍼런스의 사회를 맡은 수지 멘키스, 패션 잡지 편집자답게 애플의 향후 행보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예측했다.


애플은 애플이라는 브랜드와 이미지 변화를 일찌감치 준비했습니다. 지난 2013년 전통적으로 무거운 이미지였던 버버리나 이브 생로랑을 패션 아이콘으로 되살린 이들 브랜드의 두 CEO 안젤라 아렌츠와 폴 데네브를 애플의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애플 워치를 고품격화하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는 애플 워치의 루머는 있었지만, 애플 워치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영입에 의아해하는 매체도 적지 않았습니다.



새 시대의 고급화 전략


다른 IT 제조사에서 발 빠르게 스마트 워치를 출시할 때 애플이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아이폰과 효과적으로 연동시킬 것인가?', 혹은 '다른 스마트 워치보다 얼마나 더 많은 기능을 넣을까?'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기존 전통 브랜드의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애플 워치로 바꿔 착용하게끔 할 것인가?'라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조너선은 애플 워치를 출시하기 전에 기존 시계 브랜드를 끌어들여 거기에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전통과 격식이 있는 기존 시계 브랜드와 이 분야에서는 뉴비나 다름없는 애플이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했거든요.

실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는 가전 업계뿐만 아니라 스위스의 명망 있는 시계 브랜드 태그 호이어와 손을 잡고 럭셔리 시계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아무리 IT 업계의 공룡이라도 시계라는 세계에서는 그들 브랜드 가치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마트 폰, 태블릿과 같은 기기와 웨어러블 기기의 비즈니스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애플과 구글이 잘 보여주고 있지요.

애플 워치를 통한 애플의 행보를 보면 Technological Luxury라 불리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향후 애플이 애플 워치를 통해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되면 다른 제품으로 확장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만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로즈 골드 에디션같은 제품이나 새로운 사업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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